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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인워크(Joy in Work)란? 바쁜 병원에서 소진 없이 변화를 만들기

Joy in Work 이미지

조이 인 워크: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는 병원에 필요한 조직 문화 솔루션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는.'

IHI의 조이 인 워크(Joy in Work) 활동을 진행했던 기록을 책으로 정리하면서, 서문을 쓸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입니다. 고민 없이 그대로 프롤로그의 제목으로 썼습니다.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과 공기를 한 줄로 표현하는 문장입니다.

할 일은 너무 많은데, 시간은 없는 병원에서 'Joy'를 이야기하는게, 어색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그런데, 조이 인 워크(Joy in Work)를 만든 미국의 IHI(Institute for Healthcare Improvement)는 병원에서 Joy를 이야기하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조이 인 워크(Joy in Work)란 무엇인가요?

조이 인 워크는 미국 IHI가 개발한 병원 조직 문화 개선 프레임워크입니다. 일터에서 Joy를 찾다니, 어색합니다. 저도 처음에 어색했고, 지금도 Joy를 이야기하면 다들 표정에 변화가 없습니다. 'Joy? Joy라고?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닌데요.'라고 표정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변화는 게 없는데, 나보고 Joy를 찾으라고?'

IHI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너무 잘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Joy를 개인의 노력해서 찾는 영역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Joy in Work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시스템의 영역이다."

이 한 문장에 프레임워크의 성격이 다 들어 있습니다. 힘들면 회복탄력성 교육을 듣고, 지치면 상담을 받고, 그래도 안 되면 각자 버티는 방식이 아닙니다. 개인의 노력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일을 하는 방식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때로는 관계가 Joy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조직 차원의 지속적인 노력들이 우리 병원이 직원들이 일터에서 느끼는 Joy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확신을 만들 수도 있다. 개인의 노력이 아닌, 공동체의 노력을 통해 오늘보다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Joy in Work의 방향성입니다.

IHI는 이를 위해 Joy in Work를 만드는 아홉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의미와 목적, 선택과 자율성, 인정과 보상, 동료애, 신체적/심리적 안전감, 일상에서의 개선, 참여적 운영과 같은 것들입니다. 막연하던 '조직 문화'가 언어로 명확하게 정의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IHI는 어떤 곳인가요?

홈페이지

IHI(Institute for Healthcare Improvement)는 1991년 도널드 버윅이 설립한 미국 보스턴의 비영리 기관입니다. 의료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확산시키는 일을 30년 넘게 해왔습니다.

2004년 IHI는 '10만 명의 생명 살리기 캠페인(100,000 Lives Campaign)'을 시작합니다. 18개월 안에 예방 가능한 사망 10만 건을 막겠다는 목표였습니다. 미국에서만 3천 곳이 넘는 병원이 참여했습니다. 2008년에는 '트리플 에임(Triple Aim)'을 제안합니다. **환자 경험, 인구집단의 건강, 비용. 이 세 가지를 따로가 아니라 동시에 좋게 만들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의 의료 정책이 이 틀 위에서 움직입니다. 이 외에도 환자경험이나 환자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와 프로젝트를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Joy in Work는 IHI가 2017년에 백서를 발표한 이후에, 지속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Joy in Work를 접했을 때만 해도, 해외에서 Joy in Work를 적용해서 활동하는 병원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검색해 보면, 해외 병원들의 조이 인 워크(Joy in Work) 활동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왜 하필 지금, 병원에 조이 인 워크가 필요할까요?

2014년 두 명의 의사가 논문 한 편을 씁니다. 제목이 이렇습니다.

"트리플 에임에서 쿼드러플 에임으로: 환자를 돌보려면 돌보는 사람을 돌봐야 한다."

트리플 에임에 네 번째 목표를 더하자는 주장이었습니다. 의료진이 일하는 삶을 개선하는 것. 이유는 단순합니다. 앞의 세 가지 목표는 결국 사람이 달성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소진되면 나머지 셋이 한꺼번에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이 주장은 빠르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직원의 몰입도가 낮은 조직에서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이 함께 떨어진다는 연구들도 함께 쌓였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의 Joy는 단순히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를 회복시킨다'는 업의 본질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에 가깝습니다.

병원 조직 문화는 왜(Why)보다 어떻게(How)가 중요합니다

'우리 병원의 조직 문화를 왜 개선해야 할까요?'

이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거침없이 대답합니다. 경험에 따라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왜냐는 질문에는 누구나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을 살짝 바꿔봅니다.

'우리 병원의 조직 문화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이번에는 다들 말이 없어집니다.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 사이먼 시넥은 《스타트 위드 와이》에서 모든 일은 왜(Why)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전 번역서 제목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였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다만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why보다 how가 급할 때가 훨씬 많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어느 프로젝트든 why는 늘 숭고하고 멋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구체적인 how가 없는 why는 그냥 좋은 말로 남습니다.

Why가 아니라 How가 중요한 이유

일하는 사람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구체적인 how를 보고 나서야, 그 why가 진심이었구나 하고 믿게 됩니다.

병원의 조직 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묻는 질문 앞에서 사람들이 머뭇거리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 본질에만 집중해도 이미 너무 바쁩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바쁩니다. 바쁜데 목적마저 숭고합니다.

병원은 환자를 회복시키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 가치가 워낙 크다 보니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립니다.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환자 살리는 일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요? 거기 쓸 시간 없습니다'라는 말이 돌아오면 할 말이 없어집니다. 생명을 뛰어넘는 가치를 떠올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환자를 살리기 바쁜 조직에서 직원의 행복은 늘 뒷순위가 됩니다. 직원이 행복해야 한다는 말을 꺼내는 일 자체가 눈치 보이는 일이 됩니다.

두 번째 이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릅니다

개선하기 전에 정의부터 막힙니다. 우리 병원의 조직 문화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목표를 어디에 둘지, 범위를 어디까지 잡을지도 애매합니다. 가장 답답한 건 이겁니다. 바꿔야 한다는 건 분명한데, 방법을 모릅니다.

그래서 책을 찾습니다. 조직 문화를 다룬 책을 몇 권 읽다 보면 결론은 대체로 하나로 모입니다. 리더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부서의 조직 문화는 부서장이 만들고, 병원의 조직 문화는 병원장이 만듭니다. 맞는 말이지만, 이 결론은 실무자를 더 곤란하게 만듭니다. 리더가 앞장서지 않는 상황에서 조직 문화를 바꾸자는 말은,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처럼 들리기 쉽습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요?

세 번째 이유, 사람은 많지만, 함께할 사람이 없습니다

병원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함께할 수 있는 동료는 적습니다. 조직 문화 개선은 담당 부서 몇 명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같이 움직여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 사람이 없으면 아무리 잘 만든 프로그램도 한 번 하고 끝나는 행사가 됩니다. 사진이 남고, 만족도 조사 결과가 남고, 그걸로 끝입니다.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타 부서와 협업도 필요하고, 현장에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함께 해줄 동료들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세 가지 어려움을 걸림돌이 아니라 전제로 삼았습니다

2019년, 삼성서울병원 임상교육파트와 조이 인 워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앞의 세 가지를 계속 붙잡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걸 풀어야 할 문제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없앨 수 없는 조건이라면, 그 위에서 굴러가도록 만드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바쁜 건 앞으로도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니 작게 시작합니다.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니 정의 대신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우리의 조직문화는 ㅇㅇ이다라고 정의하는 형태가 아니라, 우리의 조직문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묻고 답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일이 많은 현장에서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을 것. 한 번 하고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계속 이어질 것. 리더가 떠밀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게 될 것. 이 세 가지가 프로젝트의 목표였습니다.

지속 가능한 병원 조직문화 개선의 원동력은 어디서 올까 ?

지속 가능성은 어디에서 오나요? 완벽한 계획과 실행이 아니라,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어제보다 나은 조직으로 한 발짝 가고 있다는 감각을 느껴야 합니다. 활동을 이끄는 리더는 이 과정에서 내가 자라고 있다는 감각을 느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이 감각이 먼저입니다. 성과는 늦게 오지만, 감각은 오늘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 문화가 언젠가 완벽해질 거라는 기대로 버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기대는 대개 1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아니, 처음부터 그런 기대를 갖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와 우리 병원이 옳은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일상의 감각이 필요합니다. 그 감각이 쌓여 확신으로 바뀔 때, 활동은 저절로 이어집니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습니다. 이 문장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 다만 그 안에서도 바꿀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조이 인 워크는 거기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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